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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왜 두산에게 스윕을 당했는가 야구(기아)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금토일, 두산과의 3연전을 앞두고 기아의 분위기는 최절정이었다. 지난 시리즈 키움을 스윕해내며 5위에 올랐고 두산과의 경기차도 한 경기차나 벌려놓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상대 에이스 브리검과 요키시를 무너트리고, 목요일은 대체 선발 김현수의 호투 속 승리였기에 분위기는 더더욱 좋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두산 상대로 약하기는 했지만, 기아 팬들도 어쩌면 이번에는 다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두산과의 3연전이 끝나고 기아에 남은 것은 절망, 분노, 답답함이었다. 팀은 5위에서 폐위되어 두 경기차까지 벌어졌다. 과연 기아가 왜 이번 두산과의 3연전에서 전패를 하여 초상집이 되었는지, 전지적 기아팬의 시점에서 작성해보도록 하겠다.

1차전: 잘못 꿰인 첫 단추, 잘못 짠 전략

1차전 선발 맞대결은 양현종 대 알칸타라. 이렇게만 보면 양 팀 최고 에이스의 격돌이라는 멋진 타이틀이었지만, 기아팬들은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양현종이 4일 휴식 후 등판이었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이미 지난 경기 117구를 던지고 고작 4일을 쉬고 등판했다. 그리고 기아는 키움과의 시리즈를 스윕하면서 이준영과 박준표라는 가장 중요한 필승조들을 3연투로 소모해 이날 등판할 수 없었다. 알칸타라가 상대 선발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필시 접전으로 흘러갈것이 뻔했다. 하지만 불펜의 핵심인 이 두선수는 등판을 못했다. 이런 상황이기에 양현종의 어께가 무거웠다. 거기에 이날 이후 등판하는 선발은 이민우와 임기영. 만약 이날 지면 이번 시리즈의 향방이 어두웠다. 

민훈기 해설위원이 비장함이 감돈다고 표현한 경기장. 경기는 치열한 접전이었다. 기아가 그동안 더럽게 못하던 유민상의 선제 적시타로 앞서나갔으나, 두산이 양현종이 볼넷 두 개를 허용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김재호의 2타점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하지만 기아도 쉬지 않고 바로 최형우의 2타점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6회말 두산의 공격을 앞두고 양현종은 또 등판했고, 스코어는 3:2였다.

하지만 여기서 양현종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내리 4출루를 허용하며 3:3 동점에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더 이상의 투구를 속행하기 어려운 상황. 하지만 불펜에 남아 있는 선수는 제구 랜덤 홍상삼, 퐁당퐁퐁당 장현식, 고졸 신인 정해영, 갓 부상복귀한 전상현, 롱릴리프 김기훈과 양승철, 패전조 고영창과 김재열이 전부였다. 기아는 여기서 전날 압도적 구위로 키움 타선을 찍어누른 장현식을 선택했고 그 결정을 후회하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재일과의 승부에서 결정구 부재로 밀어내기를 허용하고 허경민에게 중견수 키를 넘기는 3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경기 균형의 추가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기아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불펜에서 선수가 필요했지만, 이미 넉점차로 기운 상황에서 필승조를 소모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거기서 선택한 것은 롱릴리프이자 좌완 김기훈이었다.

이 결정이 올해 서재응의 투수 교체의 문제를 축약한다. 두산 타선에 좌타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투수가 아니라 좌투 김기훈을 올렸다는 점, 그리고 긴 이닝을 소화하는데 익숙한 김기훈을 좌투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상황에 등판시키는 것, 내일 선발이 이민우라 롱맨이 필요할 확률이 높은데 5이닝 정도를 끌어줄 수 있는 김기훈을 소모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은 교체였고, 김기훈은 최주환에게 홈런을 맞으며 게임이 터졌다. 기아는 양승철과 고영창을 내보냈고, 점수를 더 주고 졌다.

이번 경기를 진 이유는 개인적으로는 애매한 총력전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브룩스가 이탈해서 그나마 믿을만한 투수인 양현종을 1차전에 투입해 반드시 잡고 싶었다면 그 무사만루 상황에서 장현식 말고 더 강한 투수를 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해영, 아니 전상현을 내서라도 그 불을 반드시 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복있는 장현식을 선택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양현종이 터져나가며 기아의 전략은 시작부터 소리내며 깨지기 시작했다. 이제와서 하는 생각이지만, 어차피 한 경기만 잡아도 공동 5위이므로 순리대로 플렉센과 맞붙이거나, 등판을 한 번 늦춰 함덕주와 맞붙게 하는 것이 오히려 승률이 높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 가장 절망적인 선발투수 이민우가 등판했다.

2차전: 예상대로 일방적인 경기

상대 선발은 7이닝 2실점을 기록한 플렉센, 우리 선발은 0.2이닝 7실점을 기록한 이민우. 어째 경기가 눈 앞에 뻔히 보여졌다. 그나마 기아가 플렉센에게 석 점을 뽑았다는 것이 기대할 부분이었지만, 이민우는 1이닝만에 석 점을 말아먹을만한 재목이기에 그리 큰 희망이 아니었다. 정말 기적말고는 바랄 것이 없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플렉센은 구속으로 기아의 1,2,3을 압도했다. 그리고 이민우는 1회부터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더럽게 느린 인터벌, 피해가며 주자를 쌓는 피칭, 어딘가 답답한 듯한 표정, 그리고 주자가 다 쌓이면 쳐맞는 피칭으로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1회부터 석 점을 헌납했다. 기아가 여기서 승부수를 던졌다. 아직 석 점이면 할만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롱릴리프 김기훈을 투입했다.

기아 입장에서는 한 두점 정도를 더 내주며 긴 이닝을 끌어주며 추격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기훈은 전날 등판의 여파인지 제구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주자를 꾸역꾸역 내보내도 실점을 많이 하지는 않으며 5이닝 3실점으로 막아주었다. 문제는 타선이 두 점을 제외하면 추격이라는 것 그 자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날과 오늘까지 터커는 혈막이 그 자체였다. 

그렇게 기아는 김기훈이 한계 투구수를 채우자 김재열을 투입하고 경기를 마쳤다. 더 기대한 것도 없는 일방적 경기 속에서 2연패를 기록해 5위자리에서 끌어내려졌다. 이렇게 된 이상 내일 나오는 함덕주에게 적당한 점수를 뽑아주며, 퐁당퐁당하는 임기영이 이번에는 잘 던져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3차전: 꿈도 희망도 없는 경기. 멀어지는 5위

함덕주에게 또 1회에 여유있게 막힌 후, 임기영은 데자뷔를 보듯이 어제 이민우 같은 피칭으로 주자를 쌓았으나 박찬호의 호수비로 아웃카운트를 늘렸고, 박세혁에게 좌익수 쪽 깊은 플라이를 유도해 이닝이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나지완이 이를 놓쳤고 임기영의 실점은 3점으로 불어났다. 임기영은 2회에도 1실점을 했지만 이후로는 안정을 찾은 듯한 모습을 보이며 넉점차가 유지되었다.

최형우가 홈런을 터트리며 기아는 추격의 분위기를 잡았다. 그러자 기아는 무리수를 던졌다. 5회에 안정을 찾던 임기영을 내리고 홍상삼을 올렸다. 이렇게 되면 6이닝을 홍상삼-장현식-이준영-정해영-누군가로 막겠다는 계산인데 이러면 최근 불안한 불펜진이 모두 실점을 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지도 의문이었고, 석점차에 답답한 타선을 믿고 불펜진을 다 갈아야 한다는 계산은 도대체 누가 세운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결정이다.

그래도 홍상삼이 1이닝을 잘 막고 기아의 공격. 상대가 불펜을 가동했다. 불펜은 홍건희. 여기서 김선빈의 출루 속 최형우가 2사 후 2루타를 쳤지만, 김선빈이 더럽게 느린 발 때문에 못들어오며 뽑을 점수를 뽑지 못했다. 여기서 기아는 부진하던 나지완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충실한 혈막이 역할을 했다. 사실상 나는 여기서 패배를 확신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점도 못 쫒아가는데 이기기를 바라는 것이 난센스였다. 불펜진도 더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며 사실상 이 경기에 사형선고를 했다. 기아는 마지막까지 찬스를 살리지 못하며 최소한의 추격도 하지 못했고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기아의 문제가 농축된 경기들, 반등이 필요하다

이번 시리즈에서 기아의 문제가 농축되어 나타났다. 믿을 만한 박준표-전상현-이준영을 제외하고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불펜진이었다. 장현식은 필승조에 들어가기에는 한참 모자라다는 것을 증명했고 추격조는 왜 필승조가 아니라 추격조에 머무르는지 증명하는 피칭만 보여주었다. 결국 탄탄한 투수진이라는 허상을 믿고 투수진을 모조리 팔아치운 그 여파가 돌아왔다. 

토종 선발진은 양현종을 빼고 발목을 잡을 뿐이라는 것을 또 증명했다. 선발 투수가 1회부터 3~4실점을 하면 경기를 이길 수가 없다. 특히 이민우는 더 이상 믿기가 힘들 것 같다. 반등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인터벌도 더럽게 길고 그렇다고 제구가 날카로운 것도 아니고 구속이 압도적인 것도 아니다. 임기영은 그나마 가능성을 보였기에 대안이 없는 선발진에 잔류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민우는 조만간 김기훈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타선에서는 나지완과 터커가 부진하자 타선이 멈췄다. 물론 중심 타순이 부진하면 타순이 휘청거리는 것은 거의 모든 팀이 동일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하위타순에서의 활발한 모습이 그리 보이지 않았다. 결국 중심 타순과 하위 타순의 연결고리를 해주는 6번이나 7번 타순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 자리를 맡은 김태진은 나름 나쁘지 않으나 1루수 자원들의 부진이 뼈아프다. 이대로라면 내년에 특출난 발전이 없다면 1루수는 반드시 보강해야 한다. 한승택과 타율이 비슷하고 홈런이 더 적은 1루수는 쓸데가 없다.

다음 주 기아는 한화-SK와의 7연전을 치른다. 7연전이기에 이민우는 또 생존한다. 이 시리즈에서 애매하게 4승 3패 정도로 그치면 가을야구는 끝난다. 반드시 다음주에는 5승 이상을 거두어야만 가을 야구 경쟁을 지속할 수 있다. 비록 두산과의 시리즈에서의 내상이 크지만 잘 털고 일어나 한화와의 시리즈부터 반등했으면 좋겠다. 여기서 두산한테 털렸다고 고꾸라지면 지금까지 치열하게 달려온 이번 시즌이 너무 아깝지 않겠는가. 기대 이상으로 잘 달려온 이번 시즌의 마지막에도 이변을 연출하며 멋지게 시즌을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의견이나 지적할 부분 있다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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